주부 - 이름 없는 노동, 설명되지 않는 감정
긍정심리학은 번뜩이는 성공의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도 조용히 밥을 짓고,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수없이 감정을 소화해 내는 한 사람의 '살아냄'을 존중하는 심리학이다. 임상심리사이자, 가사와 감정 사이에서 수없이 균형을 맞춰본 동료 여성의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이론이 아니라, 숨이다. 정답이 아니라, 함께 있음이다. 주부의 하루는 평온하고 고요하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엔 수많은 ‘감정의 파편’이 숨겨져 있다. 새벽에 밥 짓는 손끝의 피로, 아이를 깨우며 스스로를 미루는 마음, 반찬 투정 속에 묻힌 작은 상처, 무심한 남편의 말투에 스며든 외로움 등이 주부의 마음속 수많은 파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심리학은 이 감정들을 진단하지 않는다. 긍정심리학은 ‘그 감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잘 참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를 살았던 우리는 ‘괜찮지 않음’이 얼마나 소중한 감정인지를 모르고 살아왔다. 나는 상담실에서 묻는다. “당신의 감정은 요즘 어떤가요?” 그러면 많은 여성들은 대답하지 않는다. 말이 아니라 눈빛과 손짓으로 답한다. 그 침묵을 긍정심리학은 ‘지지받지 못한 감정’이라 부른다. 주부에게 필요한 첫 번째 기술은 이것이다. ‘감정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 기쁘지 않아도 괜찮다. 불안해도 정상이었다. 당신은 오늘도 잘 살아내고 있다.
반복된 일상 속에서 꺼내는 긍정 심리학의 기술
긍정심리학은 ‘강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 강점은 수상 경력도, 커리어도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소리 없이 베푸는 회복의 근육이다. 나는 상담 중 이렇게 묻는다. “요즘 어떤 때, 나 참 잘하고 있구나 싶어요?” 그러면 어떤 주부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 밥 해주고, 남편 출근시키고, 나서야 앉는데… 그때 조용한 창밖 보면서 차 한 잔 마시는 순간요.” 그게 강점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회복의 루틴. 긍정심리학에서 말하는 강점은 내가 내 마음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작고 반복적인 자기 돌봄이다. 밥 짓는 중 잠깐의 음악,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느껴지는 감촉,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과하는 그 짧은 순간. 그 모든 것이 회복의 도구이고, 당신은 이미 긍정심리학을 실천하고 있다. 감정은 해결의 대상이 아니다. 공감하고 흘려보내는 기술인 것이다. 많은 여성들은 감정을 ‘관리’ 해야 한다고 믿는다. 불안은 없애야 하고, 분노는 누그러뜨려야 하고, 슬픔은 이겨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감정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이다. 긍정심리학은 말한다. “감정은 해결이 아니라, 동행이다.” 특히 주부는 자신의 감정을 밀어두는 데 익숙해져 있다. 남편의 말에 상처받고도 "괜찮아"를 반복하고, 아이의 말에 화가 나도 스스로를 ‘예민하다’고 책망한다. 그럴 때 나는 제안한다. “하루에 단 10분만, 감정을 느끼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것은 거창한 명상이 아니라, 그저 조용한 방에서 ‘내가 오늘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이다. “서운했어.”, “억울했어.” , “다정하고 싶었어.”, “울고 싶었어.” 이런 말들이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감정은 통증이 아니라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존재는 다시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연결된다. 이것이 긍정 심리학의 기술이다.
관계는 감정의 장소다
주부에게 감정은 대부분 ‘관계 안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복도 그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관계란 항상 좋은 말로 해결되지 않는다. 때로는 침묵, 때로는 거리, 때로는 눈빛 하나로 회복된다. 긍정심리학은 ‘말로 긍정하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하지 못하는 감정의 결까지 함께 품는 걸 긍정이라 부른다. 배우자와의 어긋남, 아이들과의 충돌, 가족 안에서 ‘나’만 모호해지는 순간들… 그럴 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공감의 자리다. “나도 그럴 때 있어.”, “너무 힘들었겠다.”, “그래도 네가 내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이 짧은 말들이 수년간의 불안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긍정심리학은 관계를 감정이 들고 나는 창문처럼 본다. 닫아야 할 때 닫고, 열어야 할 때 여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당신은 이미 긍정심리학을 살고 있다. 긍정심리학은 외워야 할 공식이 아니다. 그건 밥 짓는 중에 멍하니 바람을 바라보는 순간, 빨래 널다 갑자기 복받쳐 우는 순간, 아이에게 화냈다가 미안해서 머리를 쓰다듬는 순간에 있다. 그건 교과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감정이 가리키는 방향이다. 나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상담사로서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기억하는 것이, 긍정심리학의 첫 번째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