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7. 2. 01:10

긍정 심리학 동양 vs 서양의 차이 및 이해 방식

데이지와 하트 리본

긍정 심리학 

긍정심리학은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말은 국적에 따라 온도가 다르다. 미국의 행복은 웃는 얼굴을 상상하게 하지만, 동양의 행복은 말없는 잔잔함, 오래된 나무 그늘 같은 감정에 가깝다. 이렇듯 긍정 심리학은 문화의 차이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같은 학문이라고 해도 그 나라와 지역의 문화와 생활방식의 차이를  생각하하고 내담자의 살아온 환경까지 살펴보고 상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 글은 50대 여성 임상심리학자의 감각으로, 동양과 서양이 긍정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다르게 이해하는지, 그리고 그 감정의 결이 어떻게 삶을 바꾸는지 천천히 그려보고 싶다. 감정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론보다 체온으로 말하고 싶다. 온 지구촌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기를 원하고,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더 많은 긍정의 힘이 솟아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쓰는 바이다.

동양 VS 서양의 차이

첫번째  자아와 목적에 대한 생각이다.

서양은 자아를 확장한다. '네 안의 가능성을 키워라'라고 말한다면 동양은 자아를 유연하게 한다. '세상과 나의 경계가 유연할수록 편안하다'라고 생각한다. 서양 긍정심리학은 자아(self)의 확장을 중심으로 한다. 긍정적인 정서가 많아질수록 인간의 사고 폭이 넓어지고, 그 넓어진 사고는 창의성과 회복력을 키운다는 논리다. ‘당신은 할 수 있다’, ‘당신 안에 위대함이 있다’는 변화 중심의 심리학이다. 하지만 동양은 자아가 그렇게 도드라지는 걸 경계한다. ‘나’라는 단어는 곧 ‘분리’이고, 분리는 외로움을 낳는다. 그래서 동양은 자아를 확장하는 대신, 흐릿하게 만든다. 도교에서는 '무위자연', 불교에서는 '무아', 유교에서는 '예'를 통해 자아를 경계한다. 동양에서 긍정이란, ‘성공’보다는 ‘조화’, ‘자기주장’보다는 ‘배려’, ‘몰입’보다는 ‘균형’이다. 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줄여서 세상과 맞춰가는 지혜. 그리고 나는 그 지혜가 상담실의 고요한 눈물 속에서 더 자주 피어나는 걸 본다. 서양은 분명한 목적을 추구한다. 동양은 목적 없는 흐름을 품는다. 긍정심리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은 PERMA다. Positive Emotion, Engagement, Relationships, Meaning, Accomplishment. 셀리그먼은 인간의 웰빙을 구성하는 이 다섯 요소를 통해 행복을 측정 가능하고 훈련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동양적 정서에서는 행복을 ‘계획’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행복은 공기의 흐름처럼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는 감정이다. 그래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동양의 마음 챙김은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호흡, 지금 이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머문다. PERMA는 설계도 같지만, 동양의 감정 이해는 수묵화 같다. 모호하고 번지며, 여백이 많다. 그리고 바로 그 여백에서 치유가 시작된다.

 

두 번째 감정과 에너지 방향이다.

서양은 감정을 표현하라 말한다 – “감정은 말해야 풀린다”.  동양은 감정을 조율하라 가르친다 – “감정은 흘러야 한다”

서양은 감정 표현을 정신건강의 핵심으로 본다. 분노는 말해야 풀리고, 슬픔은 인정해야 사라지며, 기쁨은 나눠야 커진다. ‘Express yourself!’라는 구호는 매우 자연스럽다. 반면 동양은 감정을 무조건 말하라고 하지 않는다. 감정을 ‘언어화’하는 것보다 ‘공간화’하고 ‘온도화’하는 것을 중시한다. 조용한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가 잠시 멈추는 젓가락질, 딸이 눈길을 피하는 방식, 엄마의 물컵 놓는 소리. 그게 감정이다. 동양은 감정을 눈빛, 행위, 공기로 읽는다. 그래서 서양에선 ‘치료’가 말에서 시작되지만, 동양에선 ‘회복’이 침묵에서 시작된다. 서양은 ‘나’를 향한다 – 자아실현, 자기 결정성, 성장을 본다. 동양은 ‘우리’를 향한다 – 역할, 관계,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본다. 긍정심리학은 ‘나’를 발전시켜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학문이다. 자기 효능감, 자기 결정성, 자기 수용… 전부 자기를 향한다. 하지만 동양의 전통은 자신보다 관계의 균형을 우선시한다. "나는 누구인가?"보다 "나는 누구의 딸이고, 누구의 친구이며, 이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런 물음은 ‘성장’보다 ‘자리잡음’을 중심에 둔다. 그래서 동양은 불안해도 ‘내색하지 않음’이 미덕이고, 괴로워도 ‘말없이 넘김’이 배려다. 긍정심리학이 이 ‘우리’ 중심의 시각을 품으면 새로운 차원의 치유가 열린다. ‘나의 웰빙’을 넘어 ‘우리의 웰빙’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해방식

서양은 명확함을 좋아해서 개념, 모델, 수치등로 보여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동양은 여백을 좋아하여 흐름, 암시, 은유 등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서양 심리학은 선을 긋고, 이름을 붙이고, 정의를 내린다. 그것이 과학이고, 설명 가능성이며, 치료의 길이다. 하지만 동양은 감정을 정의하지 않는다. 정의할수록 감정은 말라버리니까. 감정은 ‘사는 것’이지, ‘분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양은 감정을 시로 노래하고, 비유로 남기며, 풍경으로 바꾼다. 서양 심리학이 ‘감정은 이런 순서로 작동한다’고 설명할 때, 동양 심리학은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라고 말한다. 심리학은 하나의 해석이 아니라 수많은 감정의 해석이 모여 생긴 지도다. 나는 오늘도 상담실에 앉아, 동양의 감정과 서양의 기술 사이에서 어느 것도 고르지 않는다. 한 사람에겐 PERMA가 필요하고, 한 사람에겐 무위가 필요하다. 한 사람은 변화를 원하고, 한 사람은 그냥 그 자리에 있고 싶어 한다. 동서양은 이론이 아니라, 심리학의 숨결과 감도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차이를 이해보다 존중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감정은 언제나 존재한다 . 긍정심리학은 ‘어떻게 더 행복할까’를 묻는다. 그 질문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지금 당신은 어떤 감정 속에 있나요?’라는 물음이 필요하다. 동양은 그 질문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의 물결 속에서 심리학이 아니라, 사람을 배운다. 서양은 움직임을 주고, 동양은 쉼을 준다.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서 말 대신 숨으로, 이론 대신 시선으로 긍정심리학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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